[성공이란] 3. 미루지 말고, 후회하지 않기
3. 미루지 말고, 후회하지 않기
임종 직전의 환자라도 청력은 남아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임종 후 최소 30분에서 2시간까지도 청력은 남아 있다고 이야기 하는 이도 있습니다. 네,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인간의 감각 중 최종 감각은 청력입니다.
당시 저와 함께 근무했던 교수님(호스피스 병동 전담의)께서는 임종 선언을 하실 때마다 가족분들에게 하셨던 말씀이 있었습니다.
(임종 선언 후)
"아직 듣는 귀는 남아 있어요.
아직 못다한 말씀은 하세요.
저희가 시간을 드릴게요.
하시고 싶은 말씀 모두 하세요"
당시 저는 호스피스 완화의료 병동(이하 호스피스 병동) 내에서 임종실과 가까운 곳에 사무실이 있었습니다. 임종실과 가까운 곳에서 근무를 하다 보니, 임종 직전의 환자, 보호자의 모습을 좀 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임종실은 어둡기만 한 곳이 아닙니다.
호스피스 병동 환자는 일반 병실에서 통증 조절을 하다가 임종 예후가 보이면 임종실로 이실 됩니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임종실은 조금 특별하게 꾸며져 있습니다. 임종실(보통 호스피스 병동마다 이름이 있음)에는 음악(클래식, 가요, 종교 음악 등), 벽지, 조명, 가족 소파 등이 있어 환자 임종의 존엄성을 지켜줍니다.
임종 직전의 환자는 기력이 쇠하여 자신의 의사 표현을 적극적으로 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는 보호자의 모습은 아주 다양합니다. 목놓아 우는 분, 소리를 내지 못할 정도로 슬픔이 깊어 가슴만 부여 잡는 분, 소파에 앉아 스마트폰 게임만 하는 분, 기도하는 분, 소리를 지르는 분, 의료진만 계속 찾는 분 등..
여기서 제가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우는 사람'입니다.
지금은 호스피스 병동이 아닌 신경계중환자실 앞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중환자실 앞에서도 보호자의 울음을 자주 보게 됩니다.
호스피스 병동과 중환자실 앞에서의 보호자 울음에는 닮은 점이 있습니다.
울음의 주된 이유가 후회라는 것입니다.
환자가 건강했을 때 더 잘 해주지 못해서, 혹은 환자의 임종으로 인해 자신의 삶에 큰 변화가 오는 상황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환자의 임종이 의미하는 것은, 그 동안 환자 존재만으로 자신도 모르게 누렸던 안정감이 파괴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환자에게 해주려고 했던 따뜻한 말과 환자가 좋아할 만한 작은 행동들을 미루면서 살았는데, 이제는 영영 미룬 채 살아야 하는 상황이 너무 힘들어서 우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조금은 다른 듯 비슷한 울음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평생 자신을 힘들게 한 아내 또는 남편의 임종을 맞이한 배우자의 경우입니다. 살면서 자신을 힘들게 한 배우자를 평생 원망하며 살았지만, 이제부터라도 앞으로는 배우자랑 잘 지내려고 노력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더 이상 배우자는 기다려주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경우입니다. 이제 남은 사람은 고인에게 평생 원망만 던져준 사람이 되고, 못다한 이야기가 많아 평생 후회로 살아야 합니다. 그래서 울음이 멈추지 않는 것 같습니다.
또 다른 한편에는 평생 환자를 위해 정말 많이 헌신하고 희생한 경우가 있습니다. 자신을 돌보지 못할 정도로 환자에게만 평생 헌신하며 지낸 경우 환자의 임종은 자신의 삶의 의미까지 뒤흔듭니다. 지난 날이 서러워 우는 듯 보입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제 사견일 뿐이며 정답도, fact도 아닙니다. 실제 임종을 겪으신 유가족의 마음을 저는 절대 헤아릴 수 없습니다. 그저 임상에서 환자, 보호자분들의 이야기를 들은 후 임종 순간마다 제가 만약 보호자 입장이라면 어떨까 생각해봤을 때 들었던 제 생각입니다.
매일매일 생각하고 다짐합니다. 오늘 하루, 제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좋은 말은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단 하루라도 미루지 말자. 나중에 후회로 우는 날이 오지 않도록 오늘 하루에 집중하자. 기뻐 우는 날이 오도록 오늘 하루도 설레며 살아야겠다고 매일 생각합니다.
미루지 말고 후회하지 않기.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것이 제 좌우명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호스피스 병동에서의 제 경험은 제게 성공이란 무엇인지 점점 윤곽을 그려주고 있었습니다.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말, 쑥쓰러워 하지 못했지만 미루지 않으니 퇴근하면 인사처럼 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친구들에게 사소한 일에도 고맙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 더 이상 부끄러워 미루는 일이 되지 않았습니다.
제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배려하고자 하니, 자연스레 제가 제 자신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습니다.
모두 미루지 않고, 실천하니 생긴 마음입니다. 미루지 않고 실천하니 결과가 좋지 않아도 후회가 되지 않습니다. 다시 일어서면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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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이란] 2. 스물다섯살, 나의 멋진 시작. 호스피스(hosp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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