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이란] 2. 스물다섯살, 나의 멋진 시작. 호스피스(hospice)
2. 스물다섯살, 나의 멋진 시작. 호스피스(hospice)
성공한 유명한 연예인들의 잇따른 자살과 알 수 없는 행보들. 소위 세상에서 성공한 사람들이라고 불려지는 그들의 행동을 보면 연예인이 아닌 저로서는 이해 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제는 왜 그들이 힘들어하고 괴로워했었는지, 그리고 지금도 끊임없이 방송에서 자신은 성공한 듯 보이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고 공허함을 호소하는 유명인들의 모습이 점점 아주 조금씩 이해가 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공허함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고 알아가기 시작한 시기는 아마 제 나이 스물다섯, 여섯살에 호스피스 병동에서의 근무했던 때인 것 같습니다.
* 호스피스(hospice)란 '손님'이라는 어원에서 출발한다. 누구나 세상에 손님처럼 왔다가 떠나간다는 의미를 내포한다고 한다.
* 호스피스 병동이란 더 이상 적극적인 치료가 무의미하여 적극적인 치료보다는 최소한의 의료 행위를 유지한 채 남은 삶을 정리할 수 있도록 의료적, 정서적으로 지원해주는 곳을 말한다.
저는 병원 내 진료지원부서인 사회사업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사회사업가로 일하기 위해서는 의사에게 레지던트 기간이 있듯이 사회사업가는 1년 동안의 수련 기간과 일련의 과정들을 수료해야 합니다. 저는 대학교 졸업 직후 곧바로 수련 기회를 얻게 되어 감사하게도 24살에 수련 경험을 할 수 있었는데, 이때 처음 호스피스 병동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처음 경험한 호스피스 병동에서 제 평생 기억에 남을 호스피스 환자분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저보다 한 살밖에 많지 않았던 그 환자분은 여행길에 말기 암 진단을 받아 곧바로 호스피스 병동으로 입원하여 갑작스레 여명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을 맞닥뜨린 분이었습니다. 당시 제가 담당한 환자분이 아닌, 제 수련동기가 담당한 환자분이셨지만 이상하게 저는 그 환자분에게 자꾸 마음이 갔고, 수련동기와 함께 매일 퇴근길 사복을 입은 채 말벗을 해주러 병실방문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매일매일 달라지는 환자분의 모습을 보며 묘한 감정들이 매일 요동쳤고, 하루하루 달라지는 환자분의 생각흐름을 직접 눈으로 보며 제 자신에 대해 반성하고 생각하기를 여러 번이었습니다. 결국 환자분의 임종을 맞닥뜨렸을 때는 감정 Control이 쉽지 않아 펑펑 울었습니다.
그리고 호스피스 병동에 대한 강한 끌림이 생겨 이듬 해에는 하루 출퇴근 이동시간 3~4시간을 감수해가며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할 수 있는 병원을 찾아 이직을 했습니다. 그리고 약 2년간 호스피스 병동에서 근무하며 약 600명의 환자분들을 접하며 어느 누구에게도 듣지 못할, 어느 곳에서도 경험하지 못할 큰 배움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하기 시작했을 때는 제가 어떻게(how) 하면 호스피스 환자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생각했고, 당시 한국에서 진행하여 신청할 수 있는 호스피스 교육은 모두 신청하고 수료하며 배우는 데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우선 이론적으로 호스피스를 알아갔습니다.
그리고 실제 임상에서 호스피스를 겪어 가며, 이론에서는 알 수 없는 현장에서의 다양한 일들을 접하며 매일매일 고민하고 생각하며 반성하기를 반복했습니다. 이론적으로 호스피스에 대해 배워가던 시기에는 은연중에 '호스피스 병동은 따뜻하고 감동적인 공간이며, 어느 누구의 임종이든 모든 이들은 고인 앞에서 눈물을 흘린다.'라는 자동적 사고가 있었나 봅니다. 물론, 고인 앞에서는 누구든지 숙연해지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지난 날을 후회합니다.
하지만, 실제 임상을 겪다 보니 제가 은연중에 생각했던 병동의 모습과는 다른 상황들이 펼쳐지기도 자주 있었는데, 고인의 죽음으로 파생되는 가족 간 재산 분쟁, 묵혀있던 과거 문제들의 폭발 등 임종 직전의 환자를 눈앞에 두고도 주먹싸움을 하거나 욕을 하는 등 상상하지 못했던 상황들이 벌어지는 것을 목격하며 머리가 멍했던 적이 여러 번이었습니다.
임종에 다다른 환자라도 청력은 유지되고 있어 주변 대화를 들을 수 있는데, 가족들은 나중에 얼마나 후회 하려고 그럴까. 돌이킬 수도 없는데.' 임종 직전의 환자를 두고 싸우는 보호자(가족 포함)들의 모습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환자의 삶에서 가족들은 어떤 의미였을까. 가족들에게 환자는 어떤 의미였을까. 환자의 임종 직전 순간에도 왜, 가족들에게 환자는 안중에도 없는 걸까. 의사 표현이 자유롭지 않은 환자는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지난 날을 후회할까. 허탈할까. 슬플까. 예견했던 상황일까. 매일매일 다른 듯 비슷한 물음표가 머릿속을 가득 채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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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이란] 1. 꿈과 성공은 같은 것일까
- 다음 포스팅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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